이제와 나는 네게 좋은 친구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평생 듣지 못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떠나가버린 네게 어떻게 물어볼 수 있을까.
네 마지막을 지킨 이는 네가 사랑했던 이였다. 나는 멍청하게도 평소와 같이 함선에 오르고, 크리처를 잡고, 장비를 점검하고 배에서 내렸다. 뒷정리를 마치고 보고서 내용을 추리고 있던 내게 들려온 비보를 전달한 네 연인이 잠시 원망스러웠다.
나는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했었다. 작고 소박하게 열렸던 네 결혼식을 지킬 수 있었던 몇 없는 사람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단 맛과 쓴 맛을 함께 느꼈다. 아, 잔인한 나의 임이여. 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끊었던 담배를 물었다는 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뒷이야기다.
네가 사랑한 사람은 너와 잘 어울렸다. 지금은 네 부재에 슬퍼하지만 금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갈, 참으로 멋진 사람이다. 누구처럼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 이였다. 그래서 축복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줄 수 없는 것을 채울 수 있는 상대였다. 그이와 함께 있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너를 사랑했었다.
너는 네 연인이 좀 더 행복하기를 바랄 테니. 지금껏 네 곁을 지켜왔던 것처럼 그의 곁을 지켜보려고 한다.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결심을 하는 내가 싫었다. 그럼에도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것 뿐이라. 이 사랑이 내게 독이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독한 독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 감정이 언제쯤 무뎌질까. 하고 막연하게 바랬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감정의 크기가 줄어들기도 전에 너는 떠났다. 나는 보통의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고 했다. 그 말은 지금까지 너와 함께했던 시간보다 네가 없는 시간을 추억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말과 같았다.
힘들지만 계속 견뎌보려고 한다. 이대로 너를 따라가면 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으니. 살아보려고 한다. 네가 바라고 또 소망하는 것을 위해 일어서서, 나아가보려고 한다. 넘어지고, 때로는 쉴 때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걸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네가 행복하게 웃을 테니까.
아, 언젠가 먼 미래에 내가 네 곁으로 가면 칭찬해줬으면 해. 고생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좋겠어. 그정도 어리광은 괜찮잖아. 내가 이런 투정을 부리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허락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