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내용 :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벤치에앉아 야경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웃는 벨베르디아.
대충 벨베르가 파병 군인인데 휴가 받고 나왔다가 놀이공원에 잡혀왔다는 그런 if..인데 왜이렇게 길어졌지 심지어 논점에서 벗어난거 같네
오타 비문 모두 레드썬!
항상 먹었던 퍼석한 식감의 칼로리발란스가 아닌, 입 안 가득 퍼진 흑설탕과 고소한 밀가루의 맛. 와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단맛. 입가 주변과 들고있는 손에 묻은 설탕 가루들을 가볍게 털어냈지만 일련의 행위를 하는 자신이 어색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모래 먼지 특유의 건조한 공기가 아닌 코 끝을 간질이는 장미 특유의 진한 향과 시야 가득히 핀 장미꽃. 긴장감과 함께 날 선 상태로 서있어야 하는 상황과 달리 풍경을 즐기러 나온 가족들이 만들어낸 즐거운 소리들. 나는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거지?
2년만에 받은 휴가였다. 그것도 한 달 짜리. 덕분에 오랜만에 귀국도 했고 가족들도 봤지만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2년 전만 해도 일과 일상의 구분을 명확히 했던 것 같은데, 항시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파병 생활은 그간의 생활 패턴을 완전하 바꿔버렸다.
직접 처리해야 하는 고루한 행정 처리들을 끝냈음에도 귀국 일까지 한참 남아있었다. 이제 뭘 하지. 2년 사이에 어색해진 방에 누워 천장 벽지의 문양을 하릴없이 세고 있을 때 받은 카톡 하나.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 나오기는 했지만 이 풍경 속에 있는 자신이 이질적이게만 느껴졌다.
상대도 그걸 느꼈을 것이다. 너무 달아서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린 츄러스, 어색한 표정으로 장미정원을 보고만 있는 자신. 아마 놀이공원 메이트로써는 최악일 것이다. 그럼에도 크게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놀이공원으로 자신을 이끌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놀이공원에서 재미를 느낄 순 없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통해 체험하는 것들은 실전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상황들에 비하면 귀여웠으므로. 벨베르디아는 이것을 티내기보단 다른 쪽에 집중했다. 이를테면 지금의 상황이 너무 재밌고 신난다는 표정으로 현재에 집중하고 있는 상대라던지.
어딘가 어긋난 비유인 것은 알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라는 말에 어느정도 공감 할 수 있었다. 머리 위에 떠있던 해가 서산 너머로 사라졌을 무렵이 되서야 체력이 다했는지 지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서 밀린 메신저를 보고 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널부러진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미소가 나왔다. 잠깐만 다녀올께. 핸드폰 액정을 보던 상대를 두고 근처 가게로 향해 아이스크림 콘을 두 개 샀다.
누군가에겐 여상한 하루. 세계 반대편에는 이러한 풍경 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이 있었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 조차 고단한 사람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에 파병에 자원했었고, 어느새 잠시 잊어버렸던 이유이기도 했었다. 지금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 .”
이름을 부르자 핸드폰 액정에서 시선을 떼 자신을 보는 상대가 눈에 들어왔다. 한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건네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한 입 먹고 늘어지는 상대가 있었다. 느긋하고, 평화롭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이란 이렇게나 좋은 것이구나. 제 손에 남은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었다. 여전히 달았다. 하지만 이 단 맛이 싫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