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끼는 나의 제자, 바림아. 나는 네게 거짓말을 했단다.
어둠이 있기에 밝음이 있듯이, 빛을 보기 위해선 그림자를 알아야 한다. 진정한 스승이라면 그 두 가지를 모두 알려주고 충분히 고민하게 둔 뒤 스스로 선택해야 할 기회를 주었을 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너희를 너무 아끼게 되어서 좋은 것들만 보여주고 싶었고 안전한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세상이 마냥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내 이기심이 너희를 망쳤다. 그 대가는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기억에 커다란 흉으로 남았다. 그것은 내 실책이고, 내 이기심의 대한 결과였다.
너희들을 내가 이끌어주어도 되는지. 너희들의 앞에 서있어도 되는지 더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너희를 밀쳐낼 용기 또한 없었기에 그대로 끌어안았다. 품 안의 온기는 곧 죄책감의 무게와도 같았다.
힘들지 않아요. 이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과도 같았다. 힘들지 않아. 괜찮아. 이것은 내가 너희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 마저 보일 수 없어서 부리는 어른의 오기이고 고집이다.
바림. 내가 사랑하는 작은 아이야. 물론 네게 이 말을 한다면 저는 어른인데요~ 라며 불퉁한 표정으로 나를 보겠지만. 내가 지키고 싶은 작은 아이야. 나는 너희들에게 좋은 어른이고 싶었고, 좋은 스승이고 싶었다. 이것은 스스로에게 내건 마지막 자존심이고 고집이다. 빛을 보고, 밝은 길을 향해 나아가렴. 너희의 앞길을 막는 것은 내가 치울 것이고, 지저분한 일은 내가 다 할테니. 행복하렴. 이것이 너희의 행복을 바라는 내 기도이자 기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