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를로타 로그 // 20210704
아프지 않은 상처는 없다.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흉터 하나에 이야기가 하나씩 있다. 군인의 삶은, 그중에서도 트라이던트의 삶은 더더욱 그렇다. 흉 하나에 생사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하나씩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한 때는 그런 흉터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무력한 스스로를 자책했었다. 허나 더이상 그러지 않는다. 그들의 인생이고, 살아남은 영광스런 자국 중 하나임을 이제는 안다.
그럼에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손은 또 다른 문제였다. 벨베르디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불편한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
카를로타와 같이 보내는 휴일은 유쾌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자신의 행동과 배려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오만이고 참견이며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음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편하기를 바라며 했던 행동들이었는데 그걸 또 눈치챈 듯 했었다.
멋진 마법을 보여줄테니까. 그래, 카를로타가 보여준 것은 정말 멋지고도 아름다운 마법이었다. 안심하라는 듯, 환하게 웃으며 내게 내민 새끼손가락은 참 아름다웠다. 짜잔. 장난스러운 어조와 그 표정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괜찮아. 그러니 걱정하지마. 카를로타는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 나는 한참 더 배워야겠구나.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정말, 정말로 멋진 마법이에요, 카를로타.”
그녀의 밝은 미소는 보는 이에게도 따스한 에너지를 주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저도 모르게 그 미소를 보고 따라하며 웃었을 리 없었으니까.
2. 사라가엘 로그(벨벳만 진영반전) // 20210706
시점… 오르도한테 패배하고 리베라 감금당하던 시절(오르도 사라가엘 / 리베라 벨벳)
폭력 및 상해 묘사는 최대한 피해서 쓰려고 했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편하다면 죄송합니다
사라가엘. 사라가엘!
오래 전 여러 문명들이 찬란하게 제 빛을 밝히던 시절 어느 종교에서 말하길 하늘에 일곱 천사가 있었으니, 그 중에서 죄 지은 영혼들을 담당하는 자를 사라가엘이라 불렀다고 했던가. 그 뜻대로라면 나는 죄 지은 자이며, 나의 정의와 행동은 악을 뜻한다는 것인가?
자신과 똑같은 금색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아득히 먼 곳에서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희망을 주는 척 거짓을 속삭이고 기어코 내게 절망을 주던 그 눈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잃었던 왼 팔의 고통이 다시끔 선명해졌다. 아, 나는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내가 지켜내지 못한 동료들, 내가 사랑했던 가족. 그 모든 것을 눈 앞에서 잃어버린 날은 죽는 날까지 반복될 것이다.
바다에 서야하는 해군이 바다를 무서워한다. 이 말 만큼 모순이 어디있겠는가 싶었지만 그날 후로 벨베르디아는 바다가 무서웠다. 바닷물이 철썩이는 소리를 듣고있자면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병원에서 한참동안 치료를 받고 재활을 하는 도중에도 그 때의 기억을 곱씹었다. 언젠가 대업을 이루고, 이 고통을 되돌려주겠노라고. 그 날의 분노를, 아픔을, 상실을 똑같이 겪게 하겠노라고.
사라가엘. 너는 내 신념과 이상이 그저 내 개인의 욕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네가 싫다. 그러니, 이 일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죽지말았으면 한다. 내가 너를 용서할 일은 평생동안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