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20160624 - 레비 클라우스 윈터하이드
2021-02-24 16:53

 

 

 눈 내리는 겨울의 어느 날. 사람이 거의 없는 언덕 위 작은 바위 위에 쪼그려 앉아있던 너는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인 것 같았다. 내 망상이 만들어낸 환상 같아서. 한참을 쳐다보다 입술 사이로 빠져나오는 하얀 숨을 발견한 뒤에야 환상이 아닌 생명체임을 알았다. 내가 인기척을 내며 다가가자 하늘을 보던 커다란 눈이 나를 보았다. 두 개의 눈이 서로를 마주했던 그 짧은 순간이 영원과도 같았다.

 

 처음 마주한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데. 이제 네가 없는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내게 너는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잘 가.

 

 또 보자. 라는 작별은 더 이상 할 수 없어. 건강히 지내. 라는 걱정의 말도 꺼낼 자신이 없어. 네가 원하지 않을까봐. 기분이 나쁠까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어 말을 삼켰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붙잡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잡아. 억지로 취해. 네 힘이라면 할 수 있어. 귓가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달콤한 말이었으나 듣지 않기로 했다.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아깝지 않아? 그동안 ‘그’를 위해 쌓아올린 모든 것들. 목적이 없는 힘은 쓸모가 없어. 의미도 없고. 뛰어가. 가져. 너는 그럴 자격이 있어. 유혹하는 목소리가 나를 묻기 시작했다. 네가 저 멀리 작은 점이 되고, 결국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눈을 감았다. 아직 내 안에 남아있는 너를 완전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네가 없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네가 없는 나를 그릴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를 놓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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