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의 문을 열었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땐 그렇게나 좁아 보였던 교실이 지금은 넓고 횡 하게 느껴졌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상으로 가 앉았다. 자신의 구두가 바닥에 닿으며 내는 소리가 거슬려 신발을 벗었다.
처음으로 맡게 된 아이들은 신기하고, 또 흥미로웠다. 지루할 틈이 없었으며 매일 새로운 것을 찾아내곤 했었다. 아이들이 던지는 주제들의 일부는 오래 전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때 자신의 스승들에게 던졌던 물음도 있었다. 또는 자신으로썬 가질 수 없는, 아티팩트란 힘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제 말이 닿을진 모르겠으나 할라는 그 모든 고민을 가벼이 흘리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도왔다.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던 어느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태생적인 한계에 의해 자신은 평생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과, 자신은 그들에게 지나고 보면 그쳐 스쳐 지나갔던 사람 중 한 명이란 것을. 그 순간 조금 울고 싶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아이들을 통해 과거를 보았다.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예전 일들을 되돌아보는 자신이 있었다. 가르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구나. 내가 가야 할 길은 아니구나. 그것들은 흔들렸던 할라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저 멀리 정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신관이 보였다. 책상에서 일어나 구겨진 옷을 정리하고 벗어둔 신발을 손에 든 채 교실 밖으로 향했다. 자신이 돌아갈 곳으로 갈 시간이었다.
중앙 아나폴리스의 정문으로 가자 자신을 기다린 듯한 신관이 다가왔다.
“할라님께서 약속 시간에 늦은 건 처음 보네요.”
“미안해요. 상념에 깊게 빠졌나봐요.”
“신발은…”
“걱정마요. 맨발로 갈 생각은 없으니.”
쓸데없는 생각이야.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것 뿐. 작게 한숨을 쉬며 복잡했던 머리 속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