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20220602 일라에버 단문
2022-06-02 13:15

 

 일라이저에게 아름다운 풍경이란 창 너머로 보이는 또 다른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과 기름을 한 곳에 두면 섞이지 않고 경계선을 그어둔 채 서로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처럼, 쉼없이 바뀌는 타자(他者)의 세계. 그에게 세상은 섞일 수 없는 곳이었고, 그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러한 풍경을 보고 사람들이 표하는 감정에는 관심이 많았다. 대체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그런 진심어린 감정이 드러나는 것일까. 일라이저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알고 싶었다. 그저 그 뿐이었다.

 

 

 

 여러 꽃들이 만개한 들판. 그런 풍경들을 보며 행복하다는 듯이 웃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근처에서 꽃을 보고 있는 에버니저. 살짝 발갛게 물든 얼굴로 꽃을 가까이서 보기도 하고, 향을 맡기도 하는 모습을 일라이저는 그저 보고 있었다. 물론, 에버니저가 자신을 보려고 몸을 움직이는 듯 하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답해주거나, 적당한 풍경을 보는 듯한 행동을 취했었다.

 

 가벼운 산들바람이 불었다. 에버니저가 가까이서 보던 꽃이 바람에 흔들려 그의 코 끝에 닿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일라이저는 보았다. 공감할 수 없으면 또 어떤가. 그가 좋아하니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나. 적당한 꽃을 꺾어 화관을 만들어 에버니저의 머리 위에 올려주면 그건 그거대로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단 한 걸음. 일라이저는 제 몸을 움직였다. 별 것 아닌 움직임이었다. 바람이 반대로 불었다. 조금 전과 다른, 아주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일라이저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꽃잎에 바람이 휘날렸다. 에버니저는 하늘 위에서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꽃잎을 보고 있었다.

 

이거 봐요. 정신을 일깨우는 에버니저의 목소리에 일라이저는 자신을 부른 곳을 보았다. 코 끝에 닿는 시원하고도 상쾌한 식물들의 향. 바람을 탄 채로 가볍게 제 피부 위를 간질이고 지나가는 꽃잎들. 머리 위로 내리쬐는 한 낮의 태양. 멀어지는 사람의 웃음 소리. 온 몸에 닿는 따스한 온기. 햇빛 때문인지 아니면 풍경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반짝이는 듯한 백금의 머리카락. 그리고 빛과 함께 붉게 물든 그의 얼굴. 흔하디 흔한 작은 꽃잎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 곱게 모은 양손. 곱게 휘어진 모양새를 하고 있는 붉은색 보석은 눈. 그 모든 것이 주변을 향했다가도 결국 제게 보여주려 하는, 자신을 향한 무한한 감정.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아니었다. 자신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다. 나는 이곳에 서 있다. 관객이 아닌 하나의 객체로써, 한 명의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는 살아있다.

 

 

 

일라이저? 에버니저는 의아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것은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걱정하며 한걸음 다가오는 에버니저와 상반되는, 지금의 그로써는 알 수 없는 감정. 강력한 몬스터를 눈 앞에 두고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생경한 기분을 일라이저는 그 순간 느끼고 있었다.

 

무지는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던가.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까지 무지했던 것이 분명했다. 지금 몸 안을 들끓는, 이 형용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나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처음 겪는 상황에 일라이저는 혼란스러웠다. 온 몸이 차갑게 굳은 것처럼 제 몸의 어느것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제되지 않은 작금의 상황에서도 한줄기 희열이 느껴진 것은 어째서일까. 그는 지금의 이 감정과 느낌이, 지금까지 애타게 바래왔던 미지의 영역을 잠시나마 접했던 것임을 알기 때문일까. 일라이저는 제 몸을 꽉 채웠던 그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찰나의 순간을 최대한 기억하려 했다.

 

, 하고 간신히 숨을 뱉었다. 자신의 양 팔을 잡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에버니저가 보였다. 손을 내렸다. 내릴 수 있나? 하고 생각하기도 전에 손은 이전처럼 자연스레 움직였다. 작은 안도감이 들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의 표정으로 에버니저를 보자 어쩐지 화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실수했네. 한동안은 얌전히 에버니저가 원하는 대로 얌전히 지내야겠다, 같은 생각을 하며 비에 젖은 강아지마냥 몸을 낮췄다. 한껏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안해요, ? 잘못했어요. 하며 에버니저의 손을 잡아 제 뺨에 가져다 대었다. 온기를 갈구하는 것마냥 에버니저의 손에 뺨을 부볐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감각이어도 좋았다.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든 압도당한다. 라는 단어가 이곳에 쓰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씩 맞춰가면 될지도 몰라. 따위의 생각을 땅에 묻어두며, 자신을 향한 온기에 다시끔 충실하기로 했다.

 

 

 

 

 

 

퇴고없이 그냥 한번에 쭉 썼음...

오탈자 및 비문같은거 몰라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