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20210923 맹종이란 이름 아래
2021-09-23 21:00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잰걸음을 한다. 같이 있으면 기쁘고, 네가 슬프면 나도 슬펐다. 네 감정이 내 감정인 것 마냥 따라 움직인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이런 내 자신이 신기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기꺼웠다. 이대로 너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고 싶다. 흘러넘치는 감정들을 곱게 접어보자. 이 마음을 담아 네게 편지를 쓰자. 아끼고 좋아하는 단어들을 모아 담아 네게 보내자. 그것들을 모두 엮어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자. 



 한 때 가장 좋아했었기에 지금도 읊을 수 있는, 가장 좋아했던 구절을 떠올렸다. 이 문장을 곱씹으며 나는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아이같은 순수함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늘 그렇듯이, 현실은 종이 위에 쓰여진 몇 마디 유려한 문장의 나열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쳐왔던 작은 얼룩. 그것이 눈에 들어오자 조금씩 범위를 키워갔다. 별 것 아니겠지, 라는 안이한 마음이 키워낸 것은 내 몸을 뒤덮고 있었다. 아, 흘러내린다. 얼룩과 함께 나는 녹아내리고 있었다.



 때로는 먼저 나아가거나 뒤를 따라가며. 엎치락 뒷치락 싸우며 우리는 계속 함께 할 미래를 상상하면 그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없었다. 같이 지내며 터져나오는 이 감정들을 네게 말해주고, 또 좋아한다고 속삭여주면서.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내게 웃어주겠지. 나도. 라고 말해주겠지.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상인가.



 이것은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한 질투일 것이 분명했다. 아,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깨닫지 못했으면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을텐데. 


 토해낼 곳 조차 짖뭉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으므로 나는 평생동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할 것이다. 감정들이 뒤엉켜 본래의 색 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이 흉측한 것을 어떻게 내보인단 말인가. 하, 하고 내뱉는 숨에서도 너를 떠올리는데. 이런 끔찍한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평생 숨기고 싶다. 


 다시 눈을 감자. 귀를 닫고, 입을 막자. 그럴듯한 포장지로 감싸자. 뭐가 좋을까. 그래, 충성심이면 적당하지 않을까.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은 맹종이란 말로 잘 포장되어 다른 이들에게 비춰질 것이다. 그래도 좋다. 그정도 이유로 곁을 지킬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 





 

짝사랑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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