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20211016 마성연 단문
2021-10-17 23:59

 



 

"생일 축하해~"

"...엥?"

"뭐야, 얘 자기 생일도 몰랐나본데?"

"야, 빨리 초코파이 얼굴에 던져 뭉게버려"


 옛된 얼굴들, 진청색 교복,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머리 스타일. 초코파이 박스 위에 잔뜩 올려둔 초코파이. 책상 위 마구잡이로 올려진 생일 선물들. 멍청한 표정으로 눈 앞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볼에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다. 차가워, 하고 몸을 뒤로 빼자 발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 웃는 나이이긴 해. 라는 생각으로 받은 캔뚜껑을 땄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설탕의 비율이 더 높은 커피향이 났다.


"으, 달아."

"뭐야. 너 이것만 달고 살았잖아."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손 안에 쥔 캔커피를 비웠다. 으, 달아. 이런걸 마셨단 말이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선물들을 가방 안에 집어넣고 초코파이를 하나 뜯었다. 설탕에 설탕이네. 이런 미쳐버린 조합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이 나이대만 가능하지. 초코파이 포장을 하나 뜯는 사이 사라진 초코파이 케이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거 안보여줘도 되는데."

"응? 무슨 소리야?"

"성의는 고마운데. 이거 다 꿈이잖아."


 의아한 얼굴로 제 의자 옆을 비집고 앉는 이가 있었다. 한쪽 팔에 팔짱을 끼며 제 몸에 달라붙었다. 그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도 그 뿐. 그 이상의 감상은 들지 않았다. 


"얘도 참. 잠 덜깼니?"

"너도 참 애쓴다."


 

 



 

 ...아. 이런 식으로 잠에서 깨고 싶진 않았는데. 남아있는 두통 탓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니 놀란 눈으로 자신을 내려보는 붉은 눈이 있었다. 어라, 보고 있었어? 통증을 애써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그는 괜찮다는 손짓을 했다. 발 밑에 무엇인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담요였다. 읽던 논문들은 어디있지. 하고 고개를 돌리자 바로 옆 테이블에 가지런히 정리된 것이 보였다. 어쩌면 좋지. 끄응- 소리를 내며 양 손을 뻗어 외젠을 껴안았다. 머리 위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쩌지. 나 너무 행복한데."


 그러니까 몰래 사온 케이크. 지금 먹자. 라는 말에 그건 어떻게 알았냐며 자신의 정수리를 보고 있을 그가 보였다. 고등학교 이후로 생일 따위, 서류에 기입할 때나 썼었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런 식으로 신경을 쓰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내 귀염둥이. 나의 파트너. 내 동행인. 


"케이크에, 와인도 하나 꺼낼까. 이왕 하는거 스테이크도 굽고. 멋들어지게 음식도 하는거야. 네가 자리를 정리하는 동안 내가 요리를 하고. 서로 그럴듯한 옷을 입고 분위기도 내면서. 그렇게 멋들어지는 식사를 하고. 해가 지기 전에 바다를 보러 가는거야. 손에 맥주 한 캔씩 들고 말야.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집에 오면 뜨끈한 물에 목욕을 하며 몸을 녹이고. 그대로 잠드는거야."

"좋아요. 성연이 하고 싶은대로 해요."

"음~ 그치만 일단은 이대로 조금만 더 있자."

 

 지금 이상태로 조금만 더 있자. 두통이 가라앉을때까지. 내 말에 이마 위로 차가운 손이 느껴졌다.  아파요? 약 가져올까요?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거짓말도 못하겠다니까. 이렇게 있는게 약이야~ 하며 품 안의 온기를 좀 더 세게 껴안자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이대로 조금만 더 있자. 정말로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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