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20191115 - 아리샤 라비야 할라
2021-02-24 15:06



 장례란 신관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절차이자 가장 중요한 절차다. 신관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진행할 수 있어야 했다. 수십 번, 수 백 번. 지금까지 몇 번 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해왔던 일이지만 지금의 심경은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었다.
 가까운 사람의 장례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급의 하이 프리스트들에 비해 많은 편에 속했다. 죽음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그 결과는 같았다. 제게 있어서 죽음이란 결과는 같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무게를 가진 것이 없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검정색 베일 너머로 두 개의 관이 보였다. 그 안에 물건은 있었으나 사람은 없었다. 당연했다.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으며, 그들은 재와 빛을 제외한 어떤 것도 남기지 않는다. 약간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 이를 위해, 그들을 기억하는 남겨진 자들을 위해 곁에 있는 신관들은 나의 손과 발이 되어 움직였고, 나의 말은 행사 전체를 집행했다.
 
“두 사람의 육신은 이제 이 곳에 없지만,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시야 한 곳에 검정색 옷을 입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나는 부러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가 흔들릴 순 없었다. 입 안이 마르고 머리가 욱신거리는 듯 했지만 다른 이들이 듣기엔 엄숙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말을 멈췄다. 작은 침묵은 곧 주변 전체로 퍼져 이 모습을 보고 있는 모두가 숨을 삼켰다.
 
“…하여,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당신께 돌아간 두 사람을 어여삐 여기소서.”
 
 죽음은 이렇게나 무겁고, 한없이 가벼웠다. 할라는 그 사실이 슬펐다.
 
 
 
 
 자신을 도와준 신관들에게 감사인사를 마치며 신전 밖으로 나온 할라의 눈에 시다인이 보였다. 순식간에 지나간 일에 현실감이 없었던 것인지 아이의 표정은 하나의 단어로 집기 어려웠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알고 있기에 제가 할 수 있는 하나의 행동을 했다.
 품 안에 느껴지는 아이의 체온이, 덜덜 떨리는 몸이 말하고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껴안아주고, 등을 도닥이는 것 뿐이었다.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감정과 말들이 뒤섞여 울음소리라고도 하기도 어려운, 짐승의 것과도 비슷한 소리를 내며 흘러나왔다. 그것들을 품에 안으며 할라는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았다.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비를 핑계로 울 수 있었을 텐데. 당신은 참으로 잔인하십니다. 눈 앞이 흐려지는 걸 참아낸 할라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조금씩 진정이 되어가는 아이의 머리 위로 제가 썼던 베일을 덮어주었다. 무릎을 굽혀 아이의 눈이 있을 곳에 시선을 맞췄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억지로 표정을 만드는 건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
 
검정색 베일 너머로 아이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시다인님께서 괜찮다면, 한동안 저희 집에서 지내실래요?”
 




시다인 관록 겸 장례절차 관련 안내를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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